[알파세대의 첫 소비] 재미, 가치, 그리고 알고리즘: 알파세대의 커머스 리부트

by 노준영

저는 재미있는 건 다 사요

이 한 마디가 나의 뇌리에 남았다. 트렌드 책을 매년 쓰는 나에게, 신제품 탐독은 필수적인 일이다. 신제품이 담고 있는 의미, 그리고 신제품의 성과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의점 기행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유통의 최전선에서 트렌드와 일치하는 상품들을 가장 먼저 내놓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정말 신기한 조합의 상품을 보았고, 때마침 해당 제품을 계산대로 들고 가던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이때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이런 제품들을 사는 이유가 있냐고 말이다. 그 학생은 나에게 “재미있는 건 다 산다” 는 말을 남겼다. 이유는 없다. 정말 재미있으니 사는 것이다.

이들이 알파세대다. 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알파세대는 브랜드에 몰입하는 세대다. 일명 디깅(Digging)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관심있는 브랜드를 찾아내, 해당 브랜드에 소비를 집중시킨다. 브랜드가 많다보니 쉽게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몰입할 때는 압도적으로 소비를 몰아준다.

이런 흐름은 돈에 대한 주도권 변화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의 돈을 자신이 쓰는 것이다. 부모의 영향 아래 이뤄지던 소비는 끝났다. 부모의 취향은 알파세대의 취향이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흔들며, 심지어 부모 세대 소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기존 세대의 어린 시절에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계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크카드가 알파세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가장 높은 연령대의 알파세대는 곧 성인 소비자가 된다. 이제 알파세대를 알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떻게 소비하고 있나?

시즌은 없다, “순간” 의 기억이 있을 뿐

알파세대의 소비는 여러모로 특성이 많다. 먼저 “시즌리스” 의 흐름을 가진다. “얼죽아” 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는 뜻이다. 보통 여름에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 없이 사계절 내내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트렌드를 얼죽아라고 지칭했다. 시즌은 이미 사라졌다. 특정 기간에만 팔리는 제품은 거의 없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 이를 시즌리스 트렌드라고 말한다. 알파세대는 시즌리스 흐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알파세대는 우연히 알게 된 밈, 유행, 알고리즘에 따라 소비한다. 그래서 “마이크로 모먼트” 로 불리는 “순간” 의 개념을 더 중시한다. 맘 먹고 소비하는 게 아니다. 밈을 만나게 된 순간, 유행을 알게 된 순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순간 소비한다. 그래서 알파세대의 시즌리스는 MZ의 시즌리스보다 더 강력하다. 말차 열풍을 생각해보자. 음료도, 디저트도, 일반 식품도 모두 말차를 활용한다. 말차가 웰니스 이미지가 강해 주목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말차에 관한 수많은 콘텐츠가 뉴미디어를 장식하며 소위 “대세” 와 “알고리즘의 핵심” 을 차지했다. 이 열풍에 시즌은 존재하지 않는다. 뉴미디어에서 계속 보게 되니 따라가는 것이다.

음료도, 디저트도, 일반 식품도 모두 말차를 활용한다.

가치를 두는 곳이 다르다, 가치 분화형 소비

가치소비도 중요한 가치다. 각자 가치를 두는 곳에 소비한다. 때때로 서로의 소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이해 자체가 필요 없다.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그래서 다양한 한정판이 사랑받는다. 범위도 다양하다. 롯데웰푸드는 일명 “꿀고구마”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고구마를 활용한 한정판 스낵을 선보였다. 출시일 기준 2주만에 모든 제품이 완판됐다. 스팸은 뻔한 패키지를 버리고 골드바 에디션을 한정으로 내놨다. 골든티겟을 잡은 사람에게 금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같이 진행되었는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 팔렸다. 한정판 굿즈는 당연히 큰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굿즈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업계에서 한정판이 활용된다. 모두 가치를 더하는 시도다.

굿즈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업계에서 한정판이 활용된다

가치를 두는 곳이 다르니 프리미엄과 가성비가 공존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가성비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유아동복 시장은 매년 성장중이다. 2025년 롯데백화점의 1~8월 프리미엄 키즈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넘게 늘었다. 삼정 KPMG의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프리미엄 수입 아동복 시장은 약 60조 규모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프리미엄의 개념을 확장하면 명품을 생각할 수 있다. 명품은 성인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만, 알파세대도 명품을 접한다. 직접 사지는 않지만, 명품 브랜드에 큰 관심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아이브의 장원영이 엠버서더를 맡고 있는 미우미우는 알파세대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구찌, 라코스테 등 명품 브랜드는 알파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플랫폼에 체험형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는다. 알파세대의 관심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지면 잠재적 고객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알파세대의 디깅은 압도적이다. 브랜드에 디깅한다면 성장 후 반드시 돈을 쓴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알파세대도 명품을 접한다

재미가 소비의 기준

펀슈머 경향도 큰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재미있으면 사는 것이다. 이 재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신기하거나, 생경한 조합을 발견하거나, 혹은 SNS에 올릴 만한 것들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이라는 뜻이다. 뉴미디어어 인증 가능한 아이템 위주로 소비하는 알파세대의 경향을 말한다. 불닭볶음면으로 상징되는 매운맛 제품의 열풍은 ‘챌린지’가 큰 역할을 했다. SNS에 올리기 위해 더 매운맛에 도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챌린지 개념을 통해 주목받는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틱톡 챌린지 바이럴 없이 차트에 들어가는 음악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숏폼 마케팅은 알파세대를 위한 좋은 선택 중 하나다. 실제로 숏폼을 잘 활용한 CU는 유튜브에서 억대뷰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과를 얻었다. 또한 알파세대에게 사랑받는 신생 뷰티 업체들은 저마다 숏폼을 활용한 리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결국 마케팅도 “펀(FUN)” 한 놀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상징되는 매운맛 제품의 열풍은 ‘챌린지’가 큰 역할을 했다

희소성 있는 협업은 이제 기준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많이 나온다. 닭갈비 프랜차이즈인 팔각도는 닭갈비 향수를 내놨고, 보쌈 프랜차이즈 원할머니보쌈은 보쌈향 향수를 냈다. 교보문고는 연세유업과의 협업을 통해 교보문고맛 크림빵을 출시했다. 모두 희소성 있는 협업이다. 기존 경험과는 다르니 SNS에 인증한다.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창출된다. 때때로 괴식에 가까운 조합도 등장한다. 버거킹은 SNS 인기 조합에 주목해 닥터페퍼 피클팝이라는 음료를 출시했다. 닥터페퍼라는 탄산음료에 피클을 조합해 마시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조합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괴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NS에 인증이 넘쳐나며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이처럼 알파세대는 재미가 소비의 기준이다. 무조건 재미만 바라보고 이뤄지는 생산 활동은 있을 수 없겠지만, 알파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선 기존과 다른 흥미 포인트를 고민하는 건 필수 조건이다.

희소성 있는 협업은 이제 기준이 되었다

달라진 세대가 커머스를 바꾼다

알파세대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쓴다. 이들에게 타이밍이란 없고, 비가격적 가치에 열광하고, 놀이 같은 마케팅에 반응하며, 재미가 있어야 관심을 둔다. 이런 성향을 고려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 기간 보다 굵직한 화제 키워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가격적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체계적인 브랜딩, 그리고 한정판과 같은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하며 마케팅 콘텐츠의 놀이 요소를 더해 펀슈머 경향을 건드려야 한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그릇에 담자. 기존과는 다른 아이디어가 앞으로 마주할 시장을 선도하고 알파세대와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길 바란다.

노준영 기획 이상은 그래픽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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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영

'요즘 소비 트렌드 2026' 외 8권의 책을 집필했고, 11년동안 기업과 기관에서 마케팅과 트렌드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 마케팅 교수이며, 브런치 스토리 커리어 분야 공식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